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한국 내시경 수가 '말도 안돼!'

한국 내시경 수가 '말도 안돼!'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0.03.31 18:3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인 280만명 대장내시경 검사결과 분석한 '론덩' 박사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대장항문학회가 19~2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24차 세계대장항문학술대회에 연자로 초청된 론덩 박사(L. Altenhofen, W.Londong)를 만났다.

론덩 박사는 최근 독일인 280만명의 대장내시경 검사결과를 분석·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석학이다. 280만명이란 엄청난 사례도 눈길을 끌지만 280만명의 검사방법을 일괄적으로 표준화해 데이터의 신뢰도를 극대화한 결과에 독일 의학계의 저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론덩 박사는 마르부르크 뭰헨 의대를 졸업하고 'Chirurgische Klinik'와 'Poliklinik Innenstadt' 교수를 역임했다. 

280만명의 대장내시경 검사 사례가 발표돼 화제다.

280만명 통계수치는 2003~2008년 이뤄진 중간집계 데이터다. 스터디는 올해까지 계속된다. 최종적으로는 300만명 가량의 데이터가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데이터를 단순 폴립과 아데노마, 대장암으로 나눠 살펴보면 폴립 발견율이 2003년 23.9%에서 36.0%까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데노마의 경우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다. 남성의 아데노마 발견율은 2003년 7.7%였던 것이 2008년 9.0%까지 높아졌다.

2003~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사람은 2만5757명에 이르렀다. 2003년에는 대략 국민 1000명당 3.9명이 대장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8년에는 1000명당 2.4명까지 떨어졌다. 폴립과 아데노마 발견율은 높아졌지만 대장암 발병률은 떨어진 셈이다. 그 원인에 대해 우린 주목하고 있다.

280만명의 대규모 검사가 이뤄진 배경과 과정을 얘기하자면?

1990년대말 독일 대장내시경 의사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경우 조기에 대장암 환자를 발견해 결국 의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 스터디를 제안했다.

독일 의료계가 대장내시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독일 남성과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유럽에서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독일 남자의 경우는 한해 3만 7000명 정도가, 여성은 3만 6000명이 대장암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독일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이런 의견들이 제기되자 한국으로 치면 건강보험공단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보험자'가 스터디 비용을 대겠다고 나섰다.

보험자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광범위한 대장내시경 검사가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해 결국 사회적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말 대장내시경검사로 의료비가 줄었다는 결과가 도출되면 의료계와 연구 관련자들은 국회에 관련 프로그램을 법제화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이번 스터디는 독일대장내시경학회가 아니라 내과 의사들이 주축이 된 독일소화기내시경학회가 주도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280만명의 검사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대장암의 발병요인 등으로 지목됐던 것들이 보다 명확해지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식습관이 알코홀이나 담배 보다 대장암 발병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번 스터디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터디가 완전히 끝나면 채소를 적게 먹고 육식을 주로 하는 식습관이 대장암의 주범이란 사실이 명확해질 것이다.

사실 한국은 육식위주의 식습관이 대장암을 일으킨다는 이론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미미했다. 하지만 대장암 발병률의 증가속도가 엄청나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극적인 사례는 뉴질랜드 케이스다. 

이민 온 일본 1세대의 대장암 발병률은 낮았지만 백인들의 식습관을 받아들인 2세대의 경우 대장암 발병률이 백인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높아진 사례다.

인종간의 차이가 무의미해진 거다.

올해 안으로 관련 스터디가 마무리된다고 들었다. 스터디 결과는 어떻게 활용되나?

연구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이슈다. 독일의사들은 2003년부터 올해까지 대장내시경 검사의 확대로 인해 1만 5000건의 대장암 발병사례를 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재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스터디 결과가 끝나면 정부에 대장내시경 검사프로그램 확대를 주장할 계획이다.

독일 의사들은 55~74세 독일 국민의 30% 정도가 대장내시경 검사 프로그램의 헤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관련 켐페인 등도 벌여나갈 것이다. 독일 의사들의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국민건강과 관련한 이슈를 독일정부 보다 의료계가 주도하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독일 정부는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독일의사협회가 연구를 제안하고 연구를 실행했으며 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연구결과가 국민들이 대장내시경 검사 프로그램을 광범위하게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효율적인 검사프로그램을 만들어 검사 대상자의 검사율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장내시경검사 과정과 이를 수행하는 의사들을 콘트롤해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했을때 모두 미쳤다고 했다. 스터디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들의 장비와 의료인력 수준을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인증제로 운영했다.

첨단 장비들을 갖춰야 했고 세균검사 등 질관리와 관련해서는 외부기관의 검사를 통과해야만 참여할 수 있었다. 의사의 경우는 2년 동안 대장암 검사와 진료 경험을 입증해야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장 내시경검사의 전 과정도 프로토콜을 만들어 표준화했다. 쉽지않은 일이었다.

까다로운 기준에 대한 참여 의사들의 불만도 있었을 것 같다.

몰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독일 의사들의 수준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부수적인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의사들도 수고에 대한 댓가를 받았다. 검사 자격을 갖추느라 힘들었지만 스터디의 대상이 된 환자를 검사하면서 수익이 늘었다. 의사들도 해피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국의 대장암 현황과 내시경 검사수준은 어떤 것 같나?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장암 예방정책과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아직은 낮은 단계인 것 같았다.

학회때는 900명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 정승용 서울의대 교수의 데이터를 흥미있게 봤다.  점차 한국 대장암 추이도 서구선진국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 의료진의 내시경 검사 수준은 높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국의 형편없는 내시경 수가를 듣고서는 '말도 안돼(ridiculous)!'라고 소리칠 뻔 했다. 수가가 미화로 50달러 정도라고 들었다. 맞나?

많은 해외 석학들이 한국 의료수가에 놀란다.

내가 보기엔 그 정도 비용으로는 장비소독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돈을 더 투입해야 한다. 최소한 280달러는 돼야 한다. 정부가 돈을 지나치게 줄이려 할 경우 결국 그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되돌아 온다.

그렇게 절약하는 돈은 절대 절약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대장암 환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틀림없이 비용대비 효과를 거둘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